"먼 훗날, 아주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나 있었다. 나는 두 갈래의 길을 모두 갈 수가 없었기에 오랫동안 갈림길에 서서
그 두 갈래의 길을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긴 망설임 끝에 사람들이 적게 다닌, 풀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길을 택하였고,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하였노라고…"
"5년 후는 2010년이니까 밴쿠버 올림픽에 나가서 경기를 하고 있겠죠. 더 열심히 해서 한국피겨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제가 아는 피겨스케이팅은 나라끼리의, 또는 선수끼리의 싸움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고독한 제 자신과의 싸움만도 아닙니다. 물론 아직 선수로서 배우고 깨달아가는 중이지만 적어도 지금 제가 아는 피겨스케이팅은
팬 여러분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듯합니다. 그래서 내년 2월에는 저와 저의 연기를 보는 모든 분이 단지 메달 색깔에 따른 희비가 아니라, 저의 음악과 연기를 통해 전해 드릴 기쁨과 행복함을 같이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아의 이 말은 밴쿠버올림픽이 열리기 전, 일본 어느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연아의 저 인터뷰를 보는데 온몸에 소름이 쫙 돋더라구요. 그러면서 밴쿠버올림픽 피겨종목 금메달 주인공은 이미 정해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자신은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인터뷰를 했었지요. 그런데 연아는 팬들과 음악과 연기를 통해 행복한 교감을 나누기 위해 운동을 한다니…,
저로선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며, 연아의 저 말을 듣고선 연아의 적수는 아무도 없다고 여겼지요. 물론 소치올림픽에서도 연아의 적수는 아무도 없었지요.
적어도 선수론 말입니다. 선수로는 연아의 적수가 아무도 없었지만, ioc와 isu라는 거대 스포츠 단체라는 적수로도 모자라 강대국이라 하는 나라들의 적수들과 게다가 국내의 보이지 않는 적까지도 상대하였었지요.
"나는 성공한 스타가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꿈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훌륭한 선수, 노력하는 인간 '김연아'로 기억되고 싶다."
내가 흔들리지 않고 금메달을 차지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주변의 납득되지 않은 상황들을 잘 이겨낸 것이다. 내가 부당한 점수 때문에 흔들려서 스케이팅을 망쳤다면 그것이야말로 나 스스로 지는 결과가 아니었을까?
나에게 닥친 시련을 내가 극복하지 못했다면, 결국 내가 패하기를 바라는 어떤 힘에 스스로 무릎을 꿇는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지지 않았다. 시상대 위에서 바라본 두 일장기 사이에 높이 떠 있는 태극기. 그런 순간들을 이겨냈기에 이 자리, 이번 금메달이 더욱 값지게 여겨졌다.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는 오래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꿈을 이루고 싶었다. 승부욕이 강한 나는 일등을 하고 싶었고, 그것이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의 경쟁 상대는 '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걸 모조리 먹어버리고 싶은 나, 조금 더 자고 싶은 나, 친구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나, 아무 간섭도 안 받고 놀러 다니고 싶은 나, 하루라도 연습 좀 안 했으면 하는 나,
내가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대상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나'였던 것이다. 이런 나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즐겁게 하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중요한 것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한 번 더 도전해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기적을 일으키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라고 한다. 기적을 바라기만 하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은 신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서 내가 거둔 성적은 부상과 싸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내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나를 기특하게 여긴 신께서 보내주신 선물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우연을 가장한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을 붙잡아 행운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처음부터 겁먹지 말자.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세상엔 참으로 많다. 첫걸음을 떼기 전에는 앞으로 나갈 수 없고, 뛰기 전에 이길 수 없다.
훈련을 하다 보면 늘 한계가 온다. 근육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순간... 이런 순간이 오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말을 걸어온다. '이만 하면 됐어.' '다음에 하자.' '충분해.' 하는 속삭임이 들린다.
이런 유혹에 문득 포기해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 포기하면, 안한 것과 다를 바 없다.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은 끓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끓이는 건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이 순간을 넘어야 그 다음 문이 열린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내 기대치를 낮추고 싶기도 했고, 다가온 기회를 모른 척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그럴 수가 없었다.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꼭 해야 하는 완벽주의자 같은 성격 탓도 있었지만, 그 차이를 일찍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99도와 100도의 차이"를…, 늘 열심히 해도 마지막 '1도'의 한계를 버티지 못하면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그것은 물이 끓느냐 끓지 않느냐 하는 아주 큰 차이다. 열심히 노력해놓고 마지막 순간에 포기해 모든 것을 제로로 만들어 버리기는 싫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한 건, 마지막 '1분' 그 한계의 순간이 아닐까……
"그럼 그렇지…" " 우리 같은 환경에서는 힘들어."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다. 또 나를 응원하고 도와주시는 분들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환경을 탓하며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 환경을 모르고 시작한 것이 아니니까. 아쉽고 불편하고 때로는 화가 날 정도로 내 처지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무언가를 탓하며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불편하고 험난한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기꺼이 가는 것.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일 테니까.
엄마는 가끔 힘들어 하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탄탄히 다져진 길이 물론 더 쉽고 편하겠지. 하지만 없는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만큼 보람되지는 않을 거야." 라고, 실수를 해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나머지를 잘 해내면 그 만큼의 점수를 받는다는 걸 깨닫게 됐다.
연아의 어머님과 연아의 이 글을 보노라니 문득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이라는 시時 한 구절이 생각나는군요.
"먼 훗날, 아주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나 있었다. 나는 두 갈래의 길을 모두 갈 수가 없었기에 오랫동안 갈림길에 서서
그 두 갈래의 길을 바라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긴 망설임 끝에 사람들이 적게 다닌, 풀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길을 택하였고,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하였노라고…"
아무도 가지 않은…,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그 험난한 길을 오롯이 걸어 간, 두 분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고 행복해했고, 가슴에 두 분의 그 마음과 정신을 본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두 분은 아시려나?!
후회와 미련을 두는 것은 정말 '미련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뒤를 돌아보고 자책할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는 게 중요했다. 남들은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데, 내가 왜 늦게 출발했을까 자책하는 건 소용 없는 일이니까.
"수천 번의 점프로 휘어진 발목. 수만 번의 회전으로 뒤틀린 허리.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독하게 나를 단련해왔는지를 떠올려 보면,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다시 7살로 돌아가더라도 피겨 스케이팅을 선택할 것 같다. 피겨 스케이팅은 내 인생의 전부다."
언제나 나의 꿈은 언제나 바보 같다. 꿈은 꿈일 뿐인데, 바보같이 또 꿈을 꾼다. 엄마는 더 바보다. 내가 넘어지는 소리도 못 듣고, 내가 넘어져 내민 손도 못 본다. 아무리 엄마를 불러도, 엄마는 앞만 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는 울지 않게 됐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 엄마가 운다.
"전 변하진 않을 겁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전 그저 김연아일 뿐입니다. 다만 저를 성원해준 분들께 '좋은 연기를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한 훌륭한 선수'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저를 계속 지켜봐 주세요."
"심판의 판정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선수들이 노력으로 심사를 잘하도록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당한 판정을 받더라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내 마지막 경기니까 굳이 그런 판정을 받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고 최선을 다하면 그게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심판 판정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밴쿠버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잘 준비한 만큼 그날 잘하는 게 중요하다. 운에 맡기는 게 가장 마음 편할 것 같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떤 결과든 후회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또 닥칠지 모르는 일들이지만 큰 두려움은 없다."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왔고 우습지만, 이젠 너무 익숙해서 무덤덤한 것도 사실이다. 무언가가 아무리 나를 흔들어댄다 해도 난 머리카락 한 올도 흔들리지 않을 테다 "
예전, 연아선수가 한 말들을 지금 다시 보아도 그저 대단하다. 라는 감탄사 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연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언가가 자신을 흔들어 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구나. 그렇게 흔들어 대는데도 자신의 말대로 러시아 소치에서 정말 한 올의 머리카락도 흔들림 없이 클린을 이루어냈구나!!
이제는 본인이 그토록 좋아하고 사랑하던 피겨에서 비록 은퇴를 하였지만, 그대가 무엇을 하던 그대가 걸어가는 길에 무한한 영광과 축복이 늘 함께 하기를…,
'피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아를 일컬어... (0) | 2015.10.17 |
---|---|
그러게 있을 때 잘하지!... (0) | 2015.10.14 |
소치에서 우리는... (0) | 2015.03.26 |
연아야! 너는 소치올림픽에서... (0) | 2015.02.25 |
피겨의 장인匠人!!.. (0) | 2014.08.04 |